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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끊기자 발 뺀 대형 보험사들… 5개사 오바마케어(ACA) 철수에 100만 명 ‘의료 미아’ 위기

정부 지원 만료에 ‘비용 폭탄’ 우려한 보험사들 선제적 탈출

에트나·시그나 등 전면 철수… 젊은 층 이탈 시 ‘죽음의 소용돌이’ 현실화

남은 가입자들 보험료 폭등 및 주치의 변경 등 의료 공백 불가피

[워싱턴] 미국 연방 정부의 보조금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대형 건강보험사들이 오바마케어(ACA) 시장에서 무더기로 발을 빼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최소 5개 이상의 주요 건강보험사가 거래소 철수를 선언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10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기존 보험을 잃고 의료 공백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 보조금 ‘생명줄’ 끊기자… 보험 업계 “더는 못 버틴다”

현지 시간 27일 미국 보건의료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확대되었던 ‘임시 보험료 세액 공제(Enhanced Subsidies)’ 혜택이 만료를 앞두고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보험사들이 연쇄 철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동안 가입자의 약 80%를 월 보험료 10달러 미만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묶어두었던 정부 보조금이 사라지게 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보험료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보험료가 오를 때 발생하는 ‘역선택’ 현상이다. 평소 병원을 잘 찾지 않는 젊고 건강한 가입자들은 보험을 대거 해지하는 반면, 당뇨나 암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은 높은 보험료를 감수하고라도 시장에 남게 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입(보험료)은 줄고 지출(의료비)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 에트나·시그나 등 대형사 전면 철수… 영향 받는 가입자만 100만 명 육박

이 같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대형 보험사들은 만성 적자가 나기 전 선제적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곳은 CVS 헬스 산하의 에트나(Aetna)다. 에트나는 전국 단위의 개인 ACA 거래소 시장에서 전면 철수하기로 확정했다. 이 조치 하나로만 약 100만 명의 가입자가 영향을 받는다. 시그나(Cigna) 역시 애리조나, 텍사스, 플로리다 등 주요 11개 주에서 철수하며 37만 명의 가입자를 시장에 내놓았다.

지방 시장을 굳건히 지키던 지역 기반 보험사들도 무너지고 있다. 텍사스의 베일러 스콧 앤 화이트(Baylor Scott & White), 인디애나의 케어소스(CareSource), 북서부 지역의 퍼시픽소스(PacificSource) 등도 줄줄이 철수를 선언하며 지역 의료 안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ACA 시장의 손해율이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대형 보험사들은 오바마케어 대신 비만치료제 유통이나 기업 단체보험 등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코어 사업으로 자본을 재배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독과점으로 인한 보험료 추가 폭등…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 몫’

대형 보험사들이 사라진 자리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고통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우선 당장 올가을 공개 가입 기간(Open Enrollment)이 시작되면 수십만 명의 가입자가 새로운 보험사를 찾아 헤매야 하는 ‘가입 대란’이 예상된다. 보험사가 바뀌면 제휴된 병원 네트워크도 바뀌기 때문에, 오랫동안 진료를 받아온 주치의나 대형 병원을 강제로 바꿔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독과점’이다. 경쟁하던 보험사들이 철수하면 해당 지역에 남은 소수의 보험사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고, 이는 남아있는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보험료와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요구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정부의 재정 지원 여부에 따라 민간 보험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미국식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의회 차원의 추가 보조금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중산층과 서민층의 의료 파산이 속출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