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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즈버그에서 남극까지… 전쟁터로 간 성경이 전하는 기도

성서박물관의 ‘전쟁 속의 성경(Bible in Times of War)’ 전시회에 역사적인 성경이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는 여러 세대에 걸친 전쟁 속에서 미군 장병들이 성경을 어떻게 의지했는지 추적한다. (성서박물관 제공, foxnews 홈페이지)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 D.C. 성서박물관(Museum of the Bible)이 ‘전쟁 속의 성경(Bible in Times of War)’ 특별전을 열었다. 전시는 남북전쟁부터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그리고 남극 탐험까지, 미군 병사들이 성경을 어떻게 의지했는지 보여주는 유물들로 채워져 있다. 해병대 출신 큐레이터 웨슬리 바이너(Wesley Viner)는 “유명한 장군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강렬하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유물 중 하나가 바로 ‘게티즈버그 성경’으로 불리는 존 바이센하이머(John Weissenheimer, 기록에 따라 Weisenhamer·Weisenheimer로도 표기)의 독일어 신약성경이다. 1863년 뉴욕 미국성서공회에서 인쇄된 이 작은 책(약 11.8×7.7×2.6cm)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좋은 크기였다. 바이센하이머는 1862년 8월 14일 오하이오 제107의용보병연대에 입대했다. 부대원 대부분이 독일어권 이민자로 구성된 ‘제5독일연대’였다. 당시 이미 40대 후반이었던 그는 일반 병사보다 나이가 많았다.

연대는 챈슬러스빌과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게티즈버그 전투 약 1년 후, 바이센하이머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정규 전투가 불가능한 병사들로 구성된 ‘인밸리드 코프스(Invalid Corps)’에 배속돼 워싱턴의 링컨 병원에서 복무했다. 이때 그는 이 성경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책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고, 겉모습은 심하게 낡아 있다. 바이너는 “이 성경이 없었다면 그는 역사에 거의 남지 않았을 이름”이라고 강조한다. 회고록도, 편지도 없는 평범한 병사가 끝까지 이 책을 간직했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존재가 살아난 것이다.

전시에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때 병사들이 가슴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하트 실드 바이블(Heart Shield Bible)’도 눈에 띈다. 얇은 금속 표지로 덮인 이 소형 성경은 가족들이 출정하는 아들과 남편을 위해 사주는 경우가 많았다. “총알을 막아준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바이너는 “당시 탄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며 상징적 의미가 더 컸다고 설명한다. 표지 안쪽에는 가족이 남긴 손글씨가 남아 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하나님이 너를 지켜주시기를”, “크리스마스에 너를 위해 기도한다” 같은 짧은 기도문이다. 누가 썼는지, 누가 받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바이너는 “오히려 그 익명성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고 말한다.

남극으로 간 성경도 있다. 1950년대 해군 군목 피터 보얼(Peter Boal)이 ‘딥 프리즈 작전(Operation Deep Freeze)’에 참가했을 때 ‘빌(Bill)’이라는 사람에게 건넨 책이다. “여행에 행운을.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주님이 안전하게 데려오시기를”이라는 비문이 남아 있다. 전투가 아닌 극한의 미개척지에서도 성경이 위안과 기도의 매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이처럼 전쟁터와 극한 환경에서 병사들과 그 가족들이 성경을 통해 남긴 개인적인 기도와 흔적을 조명한다. 바이너는 “병사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쟁의 공포에 맞섰지만, 많은 이들이 성경에서 힘과 용기, 위안, 희망을 찾았다”고 정리한다. 성서박물관 2층에서 진행 중인 이 전시는 미국 독립 250주년의 의미와 함께, 역사 속에 묻힐 뻔한 평범한 사람들의 신앙을 다시 꺼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