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엔터테인먼트 기업 소니와 자동차 제조사 혼다가 손잡고 2022년부터 추진해 온 전기차(AFEELA·아필라) 프로젝트가 결국 백지화됐다. 소니 혼다 모빌리티(SHM)는 3월 25일 공식 성명을 통해 첫 번째 모델 ‘아필라 1’과 후속 모델의 개발 및 출시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필라 프로젝트는 라스베가스에서 매해 1월초에 열리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오랜 기간 큰 주목을 받아왔다. 소니는 2020년 CES에서 Vision-S 콘셉트카를 처음 공개하며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2021년에는 Vision-S 01로 이름을 바꾸고 도로 주행 테스트를 공개했으며, 아필라 브랜드로는 2023년 CES에서 프로토타입을 공식 데뷔시켰다. 이후 2025년 CES에서는 생산 버전을 공개하고 예약 판매를 시작했으며, 올해 1월 CES 2026에서는 프리 프로덕션 모델을 다수 전시하고 SUV 스타일의 아필라 프로토타입 2026을 세계 최초 공개하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SHM은 CES 2026에서 대형 독립 부스와 자체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어 “모빌리티를 창의적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재정의하겠다”는 비전을 강조했으나, 불과 두 달 만에 사업이 중단되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았다.
이번 결정은 혼다가 3월 12일 발표한 전기차 전략 대대적 재검토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혼다는 미국 내 EV 수요 둔화, 정책 변화, 자체 ‘0 시리즈’ 북미 라인업 축소로 인해 아필라 프로젝트에 제공하기로 했던 핵심 기술과 생산 자산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게 됐다. SHM 측은 “사업 계획의 근본적인 가정이 바뀌었으며, 모델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현실적인 경로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대규모 손실 계상… 혼다, 70년 만에 첫 연간 적자 예상
혼다는 이번 전기차 전략 재검토와 아필라를 포함한 북미 EV 모델 취소로 인해 최대 157억 달러(약 2.5조 엔) 규모의 대규모 손실(자산 상각 및 개발 중단 비용 등)을 계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혼다의 상장 후 약 70년 만에 첫 연간 적자를 초래할 전망이다.
반면 소니 혼다 모빌리티(SHM)와 소니 측은 “자산 경량화 모델로 운영돼 이번 중단이 재무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약 고객에게는 예약금 전액 환불이 진행될 예정이다.
‘바퀴 달린 엔터테인먼트 기기’ 꿈, 시장 현실에 좌절
아필라 프로젝트는 소니의 첨단 소프트웨어·엔터테인먼트 기술(게임, 음향, AI 등)과 혼다의 자동차 제조 역량을 결합한 프리미엄 전기 세단으로 기대를 모았다. 약 9만 달러(약 1억 2천만 원) 수준의 고가 모델이었으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냉각과 세단 수요 감소 속에서 출시 직전 단계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올해 CES 2026에서 공개된 프로토타입 2026은 SUV 스타일로 공간 활용성을 강조했으나, 2028년 출시 목표도 함께 사라졌다.
전기차 시장 ‘혹한기’ 상징하는 사례
이번 아필라 중단은 전기차 산업의 구조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미국의 정책 변화와 수요 둔화로 여러 업체가 EV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ES에서 매년 큰 관심을 받으며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지만, 시장 타이밍과 비용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팀 재팬’의 상징이었던 소니-혼다 합작이 좌초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전동화 전략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향후 SHM의 사업 방향 재검토 결과와 혼다의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 전환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