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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광주 군공항 이전·한미 협의 ‘이중 변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핵심 선결 과제인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군은 지난 24일 국방부가 주최하는 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 제2차 선정위원회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안군은 지난 6일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가 군공항으로 결정된 직후 선정위원회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3대 선결 조건’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무날도 안 돼 입장을 번복했다. 무안군의 선정위 불참은 이번이 두 번째다. 국방부는 무안군의 불참 통보에 따라 2차 선정위원회를 연기했으며, 차기 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29~3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에 반도체 팹 4기를 짓는 데 총 8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와 특별시는 군공항 이전과 산업단지 조성을 병행 추진해 2030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구상을 세운 바 있다.

사업의 또 다른 변수는 한미 군사 협의다. 광주 군공항은 청주·김해·수원·대구와 함께 국내 5개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COB) 중 하나로, 평시에는 미 공군이 상시 주둔하지 않지만 유사시 항공전력이 전개되는 전략 거점이다. 기지 내 미군 전용구역(22만4000평)과 활주로 등 한미 공동사용시설(29만평)을 합친 51만4000평은 전체 개발 가능 면적 248만평의 20%를 넘는다. 이 때문에 군공항 이전이나 기능 조정에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근거한 한미 협의와 공동운영기지 재지정 절차가 필요하다.

미측은 이전 자체에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주한 미 7공군 대변인 라우라 헤이든 소령은 “미 7공군은 광주기지에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강력한 연합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공군과의 긴밀한 협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SOFA에 따른 정상적인 공여지 반환 절차에 최소 3년에서 길게는 5~7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근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 강화 기조 아래 주한미군을 대중국 견제 거점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어 국제정세상 반환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2004년 국회 비준을 거쳐 추진된 용산 주한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사업은 부지 조성과 시설 건설을 거쳐 완료까지 15년 가까이 걸린 바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역시 기존 시설의 단순 이전이 아니라 신규 군사공항 건설 방식인 데다 SOFA 협의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유사한 수준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착공을 위해 광주기지에 주둔한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훈련 기능을 다른 국내 기지로 분산시켜 부지를 조기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는 훈련 기능 이전 문제일 뿐 미군 공여구역의 SOFA상 반환 문제와는 별개 트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지난달 27일에는 광주·전남 지역 시민단체들이 군공항을 무안으로 통째로 옮기지 말고 기존 기능을 분산·통폐합할 것을 요구하는 등 지역 내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혼란만 지속된다면 기업도, 정부도 더 이상 호남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통합특별시장의 단호한 리더십과 성숙한 시민사회의 소통으로 현안 갈등을 조속히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