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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 산업 대형 합병 제안 무산… 유나이티드, 아메리칸에 손 내밀었으나 즉각 거부

[포트워스/시카고] — 미국의 두 대형 항공사,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lines)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의 잠재적 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탔으나, 아메리칸 측의 강력한 거부로 일단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나이티드의 스콧 커비(Scott Kirby) CEO는 올해 2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의에서 아메리칸과의 합병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했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 재개발 논의가 주제였으나, 회의 막바지에 이 ‘메가 머저( mega-merger)’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4월 중순 외신을 통해 공개되자 아메리칸 항공은 4월 17일 즉각 공식 성명을 내고 “유나이티드와의 합병 논의에 참여한 적도, 관심도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합병 제안의 배경: 고유가 충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커비 CEO가 합병을 추진한 핵심 이유는 최근 급등한 제트 연료 가격 때문이다. 올해 2월 발발한 이란 관련 분쟁(이란 전쟁)으로 인해 Strait of Hormuz(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발생하면서 jet fuel 가격이 65% 가까이 폭등했다. 연료비는 항공사 운영 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데, 이 같은 외부 충격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항공사에게 치명적이다.

커비 CEO는 “강한 항공사(United, Delta)는 버틸 수 있지만, 약한 항공사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실현하고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유나이티드는 최근 수익성과 운영 효율에서 아메리칸을 앞서고 있으며, 아메리칸은 부채 부담이 크고 이익률이 낮은 상황이다.

또 다른 중요한 논리는 국제 경쟁력 강화다. 미국 출발 장거리 국제선에서 에미레이트, 카타르항공 등 중동 국영 항공사가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승객의 대부분은 미국인이다. 커비 CEO는 “미국 항공사가 더 커져야 해외 경쟁사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는 오랜 입장을 피력하며, 합병된 거대 항공사가 글로벌 네트워크와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미국 기업 육성’ 및 무역 적자 해소 기조와도 맞물린다고 봤다.

아메리칸의 강경 거부: 경쟁·소비자 피해 우려

아메리칸 항공은 성명에서 “합병은 경쟁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며,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 철학과 반독점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미국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34~40%에 달해, 특히 시카고 오헤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공항에서 사실상 독점이 우려된다. 요금 인상과 선택지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아메리칸은 “항공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는 필요할 수 있지만, 유나이티드와의 결합은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며, “민간 산업이 제안한 아이디어일 뿐,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의견을 내거나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합병이 무산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과 아메리컨에어라인 비행기(사진: AI생성이미지)

산업적 의미와 전망

이번 제안은 미국 항공 산업의 ‘빅3(Delta·United·American)’ 시대에 또 다른 지각변동을 예고했으나, 현실적으로 규제 장벽이 매우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 2010년대 대형 합병(United-Continental, Delta-Northwest, American-US Airways)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현재 시장 집중도가 높아 추가 대형 합병은 DOJ(법무부)와 DOT(교통부)의 강한 반독점 심사를 피하기 어렵다.

커비 CEO는 2016년까지 아메리칸 항공 사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제안에는 산업 논리 외에 개인적·경쟁적 맥락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아메리칸의 즉각적이고 단호한 거부로 인해 실제 합병 논의는 사실상 시작도 하기 전에 무산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항공사 간 구조조정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지만, United-American 수준의 초대형 합병은 규제와 소비자 반발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