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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증상 같아도 원인 천차만별”… 머신러닝이 인류에 선사한 ‘치료 내비게이션’

손떨림과 근육 강직으로 대표되는 파킨슨병이 사실은 서로 다른 5가지 ‘분자적 시나리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들의 집합체라는 사실이 인공지능(AI)을 통해 증명됐다. 이는 단순히 “배가 아프다”는 공통 증상만으로 식중독과 맹장염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약을 처방해온 기존 치료 패러다임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다.

벨기에 VIB(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소)와 루뱅 가톨릭 대학교(KU Leuven) 연구진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파킨슨병의 이면에 숨겨진 ‘분자적 하위 집단(Subtypes)’의 구조를 규명하고, 각 집단별로 정밀 타격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단일 질환이 아니다”… ‘증후군’적 접근의 시작

연구진은 이번 발표를 통해 파킨슨병을 하나의 질환이 아닌,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일종의 ‘상태’로 정의했다. 환자들이 겪는 외형적 증상은 비슷할지라도, 세포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원인은 사람마다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연구팀이 머신러닝으로 추출해낸 5가지 핵심 분자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1. 에너지 고갈형(미토콘드리아): 세포 발전소가 멈춰 신경세포가 굶어 죽는 유형.

2. 쓰레기 정체형(리소좀/자가포식): 세포 내 청소 기능 마비로 독성 단백질이 쌓이는 유형.

3. 배송 사고형(물질 운송): 세포 내 필수 물질을 전달하는 통로가 막힌 유형.

4. 면역 과열형(염증 반응): 뇌 속 면역 체계가 폭주해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유형.

5. 설계도 오류형(RNA 대사): 유전 정보 전달 과정의 오류로 단백질 생산이 꼬인 유형.

임상 시험 잔혹사 끝내나… “실패한 약물의 재발견”

이번 연구는 그동안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 신약들이 왜 줄줄이 임상에서 고배를 마셨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기존 방식은 ‘쓰레기 정체형’ 환자에게 ‘에너지 영양제’를 투여하는 식의 오류를 범해왔다. 하지만 AI가 제공한 이 ‘정밀 지도’를 활용하면, 특정 분자 경로에만 작용하는 약물을 해당 하위 집단 환자에게만 골라 투여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임상 점수 미달로 폐기되었던 후보 물질들이 특정 환자군에게는 ‘기적의 신약’으로 부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알츠하이머와 정밀 의료의 미래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모델이 치매의 주범인 알츠하이머 연구에도 즉각 이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츠하이머 역시 ‘독성 단백질 응집’이라는 공통된 증상 뒤에 다양한 분자적 고장 부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테일러의 삼성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기술 허브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정밀 의료 인프라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번 AI의 발견은 인류가 퇴행성 뇌 질환이라는 거대한 미로를 탈출하기 위한 결정적인 ‘내비게이션’을 손에 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파킨슨병 치료는 ‘모두를 위한 하나’가 아닌 ‘당신의 고장 부위에 맞는 단 하나’를 찾는 정밀 신경학 시대로 진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