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테크 / 노트북 한 대가 5,000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이겼다?

노트북 한 대가 5,000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이겼다?

D-Wave 양자 우월성 주장에 고전 컴퓨터가 정면 도전

2026년 5월 – 양자 컴퓨팅 분야에 또 한 번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캐나다 양자 컴퓨팅 기업 D-Wave가 지난해 “세계 최초의 실용적 양자 우월성”을 달성했다고 크게 홍보했지만, 미국 플래티론 연구소(Flatiron Institute) 연구팀이 일반 노트북으로 이를 재현하며 강력한 반박을 제기한 것이다.

D-Wave의 자신감 넘쳤던 주장

2025년 3월, D-Wave는 과학 저널 《Science》에 논문을 발표하며 자사의 Advantage2 양자 어닐링 프로세서(약 5,000큐비트 규모)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회사는 스핀 글래스(Spin Glass) 문제 — 자석 입자들이 불규칙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한 양자 시스템 — 를 단 몇 분 만에 풀었다고 밝혔다. 반면, 세계 최강 슈퍼컴퓨터 ‘프런티어(Frontier)’로는 거의 100만 년이 걸리고, 전 세계가 1년 동안 쓰는 전력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D-Wave CEO 앨런 바라츠(Alan Baratz)는 “이것이 실용적인 문제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양자 우월성 시연”이라고 선언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플래티론 연구팀의 반격

2026년 5월, 플래티론 연구소 계산양자물리학 센터(CCQ)의 조셉 틴달(Joseph Tindall) 연구팀이 《Science》에 새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텐서 네트워크(Tensor Network) 기법을 활용해 D-Wave가 제시한 동일한 문제를 일반 노트북과 워크스테이션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텐서 네트워크는 쉽게 말해 **‘파동 함수를 위한 압축 파일’**이다. 양자 컴퓨터가 다루는 방대한 양자 정보를 수많은 작은 숫자 표(텐서)로 압축해 저장하고 계산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Flatiron에서 개발한 ITensor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이 계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D-Wave Advantage2가 얻은 정확도와 거의 동일하거나, 일부 조건에서는 더 높은 정확도를 기록한 것이다.

전문가 인터뷰: 조셉 틴달 (Joseph Tindall) 박사

Q: D-Wave의 양자 우월성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틴달 박사: “우리는 이런 종류의 주장을 볼 때마다 항상 조금 회의적입니다. ‘이 방법은 시도해봤나? 저 방법은?’ 같은 질문을 하게 되죠.”

Q: 이번 연구의 핵심이 무엇인가요?

틴달 박사: “텐서 네트워크는 파동 함수를 위한 zip 파일 같은 것입니다. 방대한 정보를 서로 연결된 작은 숫자 표들로 압축한 수학적 구조죠. 우리는 1980년대부터 있던 Belief Propagation 알고리즘을 현대적으로 최적화해 사용했습니다. 많은 초기 계산은 제 노트북으로 수행했습니다.”

Q: 이 연구가 양자 컴퓨팅 분야에 어떤 의미를 주나요?

틴달 박사: “고전 컴퓨터로도 충분히 큰 규모의 양자 동역학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2차원과 3차원 무질서 시스템에서요. 이는 양자 컴퓨터와 고전 컴퓨터가 서로를 자극하며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D-Wave 공식 입장 및 구체적 반박

D-Wave 측은 플래티론 연구팀의 결과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강력하게 반박했다. Andrew King (D-Wave 선임 연구원)과 CEO 앨런 바라츠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지적을 내놓았다:

  문제 범위와 규모 부족: “Flatiron 연구팀은 우리가 수행한 전체 suite of simulations 중 **작은 subset(부분 문제)**만 다뤘다. 우리는 다양한 lattice(정사각형, 입방체, 다이아몬드 등)와 더 큰 규모, 더 긴 어닐링 시간을 테스트했다.”

  시뮬레이션 깊이 차이: 플래티론 연구는 더 짧은 시간 스케일(예: 20ns)만 다뤘으나, D-Wave는 **더 긴 시간(최대 40ns 이상)**의 복잡한 양자 동역학을 시뮬레이션했다.

  관찰 대상(observables) 제한: D-Wave는 더 다양한 물리량(observables)과 Kibble-Zurek 지수 등 여러 지표를 측정했으나, Flatiron 연구는 그중 일부만 재현했다.

  전반적 평가: Andrew King은 “그들은 우리가 한 모든 문제를 다루지 않았고, 모든 크기, 모든 관찰 대상, 모든 테스트를 재현하지 못했다. 이는 큰 발전이지만, 우리의 양자 우월성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CEO 바라츠는 “고전 컴퓨터의 발전은 환영하지만, 이는 양자 우월성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D-Wave는 “고전 기법의 발전이 양자 기술을 자극한다”면서도, 더 넓고 깊은 문제 영역에서는 여전히 양자 어닐링이 우위를 유지한다고 강조한다.

왜 중요한가?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양자 컴퓨팅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진짜 양자 우월성이란 무엇인가?”

  고전 컴퓨터의 창의적인 알고리즘 발전이 양자 컴퓨터의 실용성을 계속 따라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론

노트북 한 대가 수천 큐비트 양자 컴퓨터의 결과를 따라잡은 이번 연구는 양자 기술의 미래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D-Wave의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양자 컴퓨터만 가능하다”**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양자 우월성은 아직 ‘미래의 약속’일까, 아니면 ‘현재의 현실’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도 계속 논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