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96)이 9월 18일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회장직은 아들 하워드 G. 버핏이 물려받았고, 버핏 본인은 이사회에 남으며 명예회장으로 활동한다. 이번 인사는 버핏이 2011년 CBS ‘60 Minutes’ 인터뷰에서 처음 공개한 승계 계획이 최종적으로 실현된 순간이다.
그렉 아벨은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일상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아벨과 하워드 버핏은 보험·철도·에너지·주식 투자 등 버크셔의 방대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함께 이끌게 됐다. 수잔 L. 데커 수석 사외이사는 새 경영진의 자본 배분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한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낸 작별 편지에서 “시간은 언제나 이긴다. 하지만 시간은 나에게 너그러웠다”고 적었다. 그는 “그렉은 회사를 운영하고, 하우드는 문화와 가치를 지킬 것이다. 둘 다 대차대조표의 어떤 항목보다 중요하다”며 “하워드를 주주들이 소유한, 절대 청구하고 싶지 않은 보험 정책처럼 생각하라”고 덧붙였다.
1965년 버핏에게 맡긴 100달러는 연평균 19.7%의 복리로 불어나 약 610만 달러가 됐다. 같은 기간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약 10.5%)을 크게 앞선 성과다. 코카콜라(1988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991년~), 애플(2016년~) 등 핵심 보유 종목은 ‘인내심’이라는 그의 투자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5월, CEO로서 마지막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미국 재정 적자와 달러 가치에 대해 날카로운 경고를 던졌다. “우리는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통화로 표시된 자산은 보유하고 싶지 않다”며 만성적인 연방 재정 적자를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했다. 현재의 재정 궤도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적자 규모가 GDP 대비 약 7%에 달해 지속 가능한 수준(3% 내외)을 크게 넘는다고 우려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아벨-하워드 체제 하에서 버크셔의 막대한 현금 보유액, AI·데이터센터 수요와 연계된 유틸리티 인프라 확장, 주식 포트폴리오 운용에 주목하고 있다. 버핏이 1958년부터 같은 오마하 자택을 고수하고, 연봉 10만 달러를 받으며, 솔직하고 꾸밈없는 연례 서한을 써온 예측 가능성은 투자자들이 버크셔를 신뢰하는 핵심 요소였다. 이 일관성을 대체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옵저버의 닉 킨리는 “반세기 동안 버핏은 기업과 자본주의의 인격 보증인이었으며, 훌륭한 경영 리더십과 막대한 부, 믿을 수 있는 품위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였다”고 평가했다. 스펙테이터의 마틴 반더 웨이어는 “그는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기이한 행태에 대한 온화한 해독제 역할을 해왔다”고 표현했다.
재산 대부분을 보건·교육·사회 정의 분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버핏은, 특유의 절제된 결의로 서한을 마무리했다. 버크셔는 이제 본격적인 ‘버핏 이후’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