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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러 대학교 LGBTQ+ 행사 허용, 텍사스 침례교단과 140년 관계 ‘위기’

베일러대학교(사진: 베일러대학교 인스타그램)

 

동성애 옹호 연사 초청 학생 행사 계기… BGCT, 공식 관계 검토 선언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Waco)에 위치한 침례교 계열 명문 사립대 베일러 대학교(Baylor University)가 동성애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연사들이 포함된 학생 주도 행사를 허가하면서, 140년 넘게 이어온 텍사스 침례교 총회(Baptist General Convention of Texas·BGCT)와의 관계가 심각한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베일러대학교(사진: 베일러대학교 페이스북)


■ 두 개의 맞불 행사, 하나의 캠퍼스

지난 4월 22일, 베일러 대학교 캠퍼스에서는 두 개의 학생 주도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하나는 극우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TPUSA)의 ‘This Is the Turning Point’ 투어 행사로, 베니 존슨(Benny Johnson), 트럼프 행정부 국경 담당관 톰 호먼(Tom Homan), 텍사스 주 법무장관 켄 팩스턴(Ken Paxton)이 연사로 나섰다.

이에 대한 반발로, 베일러 민주당 학생회·노숙인 지원 단체·NAACP 학생 지부 등 5개 학생 단체 연합이 ‘All Are Neighbors(우리 모두는 이웃)’라는 제목의 카운터 행사를 기획했다. 베일러 행정부는 4월 8일 이 행사를 공식 승인했다.

카운터 행사에는 미국 최대 LGBTQ+ 단체인 인권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대표 켈리 로빈슨(Kelley Robinson)과 인터페이스 얼라이언스(Interfaith Alliance) 대표이자 침례교 목사인 폴 라우쉔부시(Paul Raushenbush)가 연사로 초청되었다. 두 사람 모두 동성 파트너와 결혼한 성직자로, LGBTQ+ 권리 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일러 역사상 공개적 동성애자 기독교 연사가 캠퍼스에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 BGCT, 140년 관계 공식 검토 선언

텍사스주 5,000여 교회를 아우르는 텍사스 침례교 총회(BGCT)는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BGCT는 4월 10일 성명을 통해 ‘텍사스 침례교 가족들로부터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4월 17일에는 훌리오 구아르네리(Julio Guarneri) BGCT 사무총장이 후속 서한을 통해 ‘공개적으로 게이임을 밝히고 LGBTQ+ 옹호 활동을 펼치는 기독교인 연사를 대학이 승인한 행사에 초청하는 것은 총회의 오랜 성경적 성(sexuality) 관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는 오는 5월 이사회 회의에서 기관관계위원회(Institutional Relations Committee)를 통한 공식 관계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선언했다.

BGCT는 오랫동안 ‘성적 관계는 오직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결혼 안에서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1982년, 1992년, 1996년, 2004년 등 총회에서 이를 거듭 확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왔다.

베일러대학교(사진: 베일러대학교 인스타그램)

 

■ 베일러의 입장: ‘기관의 공식 지지는 아니다’

베일러 대학교 측은 학생 단체가 초청한 연사의 견해를 대학이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 측은 ‘졸업 후 다양한 세계를 준비시키기 위해 다양한 관점의 연사들에게 오랫동안 문을 열어왔다’고 해명했다.

베일러의 인간 성(Human Sexuality) 성명서 역시 변경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 성명서는 ‘독신에서의 순결과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결혼에서의 신실함이 성경적 규범’임을 명시하며, 동성 간의 성행위와 혼외 이성 관계 모두를 이 규범에서 벗어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 1990년 갈라진 길… 갈등의 뿌리

두 기관의 갈등은 단순히 이번 행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1845년 텍사스 공화국에 의해 설립된 베일러는 1886년 BGCT 창립 이후 1990년까지 모든 이사를 총회가 선출하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1990년, 베일러 총장 허버트 레이놀즈(Herbert Reynolds)와 이사회는 BGCT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학 헌장을 개정하여 이사회에 ‘단독 지배권’을 부여했다. 표면적 이유는 남침례교단(SBC)을 장악해 가던 근본주의자들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 일방적 조치는 텍사스 침례교인들 사이에 깊은 불신을 심었고, 그 앙금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듬해인 1991년 양측은 특별 협정을 체결해 BGCT가 베일러 이사회 구성원의 25%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도록 했다. 이 협정은 2011년 재협상되었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연된 끝에 2023년 갱신되었다.

■ 최근 3년의 갈등 연보

이번 사태는 최근 수년간 축적된 갈등의 연장선이다. 2022년 4월, 베일러는 LGBTQ+ 학생 단체 ‘PRISM’을 공식 인가했다. BGCT는 이에 우려를 표명했고, 베일러는 해당 단체가 학교의 성 성명서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어야 함을 재확인했다.

2025년 6월에는 베일러 사회복지학부가 교회 내 LGBTQ+ 개인과 여성의 소외 실태 연구를 위한 약 64만 4천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발표했다가, 침례교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같은 해 7월 보조금을 재단에 반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25년 11월 BGCT 총회에서는 잭슨빌 침례교회 목사 마이크 밀러(Mike Miller)가 베일러에 대한 재정 지원 전면 삭감 동의안을 제출했으나 압도적으로 부결되었다. 그러나 베일러와의 관계 협정을 검토하자는 두 번째 동의안은 표결 결과가 너무 박빙이어 의장이 부결을 선언하면서 공식 결론은 나지 않은 채 마무리되었다.

■ 재정 연결고리와 향후 전망

2026년 BGCT 예산에는 베일러에 약 65만 달러, 신학대학원(Truett Seminary)에 약 45만 달러가 배정되어 있다. 베일러의 연간 수입은 약 15억 달러에 달해 BGCT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이 자금의 상징적 의미는 상당하다.

침례교 전문 매체 Baptist Standard의 에릭 블랙(Eric Black) 편집장은 ‘관계가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긴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일러와 Truett 신학대학원 출신의 목사들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과, 관계 변화를 원하는 보수 측의 목소리가 모두 강하게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BGCT 이사회는 오는 5월 회의에서 공식 검토 절차를 시작하고, 9월과 11월 회의를 거쳐 연말 총회에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2026년 BGCT 연차 총회 개최지는 베일러 대학교가 위치한 바로 그 도시, 웨이코(Wac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