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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슨, 크로거 합병 무산 후폭풍… 매장 폐쇄·대규모 감원 잇따라

사진: albertsons store 인스타그램

남가주 본스·세이프웨이 등 줄폐점… 한인 밀집 지역도 직격탄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알버슨(Albertsons)이 크로거(Kroger)와의 합병 실패 이후 경영 위기가 심화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매장 문을 닫고 수백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고 폭스 비즈니스(Fox Business)가 4월 2일 보도했다.

미국 2위 식료품 유통 체인 알버슨(Albertsons)이 크로거(Kroger)와의 대형 합병이 법원에 의해 무산된 이후 경영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매장 폐쇄와 대규모 감원이 잇따르는 가운데, 남가주 한인 밀집 지역의 본스(Vons)와 세이프웨이(Safeway) 매장들도 잇달아 영업을 종료하고 있어 지역 사회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역대 최대 슈퍼마켓 합병, 법원 벽에 막히다

아이다호주 보이시(Boise)에 본사를 둔 알버슨은 세이프웨이, 본스, 파빌리온스(Pavilions) 등 친숙한 브랜드들을 운영하는 미국 굴지의 식료품 유통 기업이다. 지난 2022년, 업계 1위 크로거와 손잡고 246억 달러(약 33조 원) 규모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마켓 인수합병으로, 성사될 경우 월마트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가 탄생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그러나 합병의 꿈은 연방 법원에서 산산조각 났다. 연방 판사는 2024년 합병을 전격 차단했다. 규제 당국과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다수의 주 정부가 “합병이 시장 경쟁을 크게 저해하고 소비자들의 식료품 가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두 회사는 합병 추진 과정에서 이미 약 15억 달러(약 2조 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합병 저지에 나섰던 주 정부 연합은 소송 비용으로 1,000만 달러 이상을 청구하는 법적 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진: albertsons store 인스타그램

2025년 한 해만 20개 매장 폐쇄… 남가주도 직격탄

합병 실패 이후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된 알버슨에개 현실은 냉혹했다. 월마트, 코스트코, 아마존 프레시 등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경쟁사들과의 싸움에서 규모의 경제 없이 홀로 버텨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정리하고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약 20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남가주 지역의 피해도 적지 않다. 에스콘디도(Escondido)와 레드랜즈(Redlands)의 본스 매장이 4월 중 폐점 예정으로, 135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지난 3월에는 리버사이드(Riverside) 인근 앨버트슨스 매장이 이미 문을 닫아 75명이 해고됐으며, 북가주의 세이프웨이 한 곳도 올해 초 폐점해 76명이 직장을 잃었다.

피해는 서부 해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텍사스 북부의 알버슨 계열 매장 2곳도 4월 말 폐점 예정으로 138명이 영향을 받는다. 수도 워싱턴 D.C.의 세이프웨이도 5월 중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어서 87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로써 올해 들어 알버슨의 폐점으로 직격탄을 맞은 직원 수만 수백 명을 훌쩍 넘어섰다.

자동화·AI 투자로 돌파구 모색… “사람 대신 기계”

알버슨은 비용 절감과 함께 디지털 전환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자동화 설비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투자를 확대하며 운영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온라인 주문과 배달 서비스 등 디지털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꼽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매장 내 고용 인력은 줄어드는 구조여서, 당장의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의 본질을 ‘합병 무산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진단한다. 알버슨은 이번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월마트 등 대형 저가 경쟁사에 맞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 했지만, 법원의 제동으로 그 기회를 잃었다. 결국 홀로 남겨진 알버슨은 덩치는 크지만 경쟁력은 취약한 ‘반쪽짜리 거인’의 신세가 됐다는 평가다.

주가 하락에 투자자 신뢰도 흔들

경영 불안은 주식 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알버슨 주가는 지난 1년 사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에 시장의 시선이 쏠려 있다.
합병의 꿈이 무너진 자리에서 홀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알버슨. 전국 각지에서 하나둘 불을 끄는 매장들과 일자리를 잃은 수백 명의 직원들이 남긴 상처를 딛고, 이 거대한 식료품 체인이 미국 유통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