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미국 주식 24시간 유통 추진…아시아 수억 명 투자자 겨냥, 달러 패권 강화·전통 금융 재편 동시 예고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 NYSE: COIN)와 글로벌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바이비트(Bybit)가 미국 상장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해 글로벌 시장에 유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코인데스크(CoinDesk)가 보도했다. 특히 아시아 투자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이번 협의는 단순한 두 거래소 간의 사업 제휴를 넘어, 수십 년간 유지돼온 미국 자본시장의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주식 토큰화란 무엇인가
주식 토큰화(Stock Tokenization)란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미국 상장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구조는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실제 주식을 매입해 기관급 수탁기관에 보관한다. 이 실물 주식이 담보 역할을 하며, 보관된 주식과 1대1로 연동된 디지털 토큰이 블록체인 위에 발행된다. 발행된 토큰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되고, 보유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 실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존 해외 주식 투자 방식과 비교하면 차이가 명확하다. 한국 투자자가 증권사 앱을 통해 미국 주식을 매매할 경우 거래 체결부터 결제까지 수일이 걸리고 환전 수수료와 야간 거래의 불편함이 따른다. 토큰화 주식은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즉시 결제가 이뤄지며 중간 단계가 대폭 줄어든다.
코인베이스는 인프라, 바이비트는 유통망
이번 협의에서 두 거래소의 역할 분담은 뚜렷하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정규 기업으로, 이미 기관급 자산 보관 서비스인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주식의 실물 매입과 보관, 토큰 발행의 법적·기술적 프레임워크 구축, 미국 규제 당국과의 협의 등 인프라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바이비트는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등록 사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거래소로, 특히 한국·동남아시아·중동 등지에서 강력한 사용자 기반을 갖추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만든 토큰을 아시아 및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유통하는 역할, 즉 생산자와 유통망의 분업 구조다.

아시아를 겨냥한 이유
이번 협의가 아시아 투자자를 우선 타깃으로 삼은 데는 명확한 시장 논리가 있다. 아시아는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임에도 실제 투자 참여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증권사 계좌 개설, 환전 수수료, 뉴욕 주식시장 거래 시간이 한국 기준 심야에 해당한다는 구조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같은 신흥국에서는 이 장벽이 더욱 높다.
여기에 아시아 특유의 암호화폐 친화적 문화가 맞물린다. 한국, 싱가포르, 홍콩, 태국은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큼 디지털 자산에 친숙하다. 이들에게 테슬라 토큰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한다는 개념은 기존 투자자들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자국 통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달러 표시 자산 수요가 높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다.
규제가 최대 변수
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규제다. 미국 증권법상 주식은 증권으로 분류되며, 이를 해외에 판매하려면 SEC의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과거 FTX가 토큰화 주식 서비스를 운영하다 SEC의 조사를 받은 전례도 있다. 미국 규제만 통과해도 끝이 아니다. 한국 금융위원회, 싱가포르 통화청(MAS),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 등 각국의 별도 규제 승인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규제 환경은 역대 가장 우호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암호화폐 산업에 친화적인 인사들을 SEC 등 주요 규제 기관에 배치하며 뚜렷한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블랙록, 피델리티, 프랭클린템플턴 등 월가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자산 상품을 이미 출시하거나 준비 중이다. 코인베이스가 프로젝트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규제 당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이 통과될 경우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공식 결제 수단으로 인정받게 되어 토큰화 주식의 결제 인프라가 법적으로 완성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 자본시장 구조 재편 예고
이번 협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전통 증권사들이다. 찰스슈왑, 피델리티 같은 대형 온라인 증권사들은 수수료 무료화 경쟁으로 이미 한 차례 수익 모델 대전환을 겪었다. 토큰화 주식이 확산되면 주식 거래 중개, 자산 보관, 해외 투자자 서비스 등 핵심 기능이 암호화폐 거래소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 하루 수조 달러의 결제를 처리하는 청산결제기관 DTCC의 역할도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달러 패권 측면에서는 오히려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시아의 수억 명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토큰을 매입하기 위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게 되면 디지털 형태의 달러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월가 대형 은행들이 자체 토큰화 플랫폼 출시나 암호화폐 거래소 인수를 통해 대응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년 안에 제도권 공식화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미국 내 주식 토큰화를 이제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의 문제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관투자자나 공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 파일럿 형태로 시작되고, 중기적으로는 토큰화 국채·펀드가 먼저 제도권에 안착하면서 법적 선례가 쌓이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금융 기득권의 저항과 투자자 보호 프레임워크 미비라는 두 장벽을 넘는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5년 안에 제한적 형태의 토큰화 주식 거래가 미국 내에서도 공식화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코인베이스·바이비트 협의는 미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지배력은 강화되지만 그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와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대전환의 초기 신호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와 미국 주식의 글로벌 수요는 더 커지는 반면, 그 과정을 수십 년간 통제해온 전통 금융기관들의 역할은 줄어들고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인프라가 그 자리를 빠르게 채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