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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11년 잠긴 비트코인 지갑 복구 도왔다

Anthropic의 Claude, 구형 파일 분석·오픈소스

버그 진단… “AI 기반 디지털 자산 복구 산업 열리나”

【로스앤젤레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10년 넘게 접근이 불가능했던 비트코인 지갑 복구를 지원한 사례가 공개되며, AI의 산업적 활용 범위가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레거시 파일 분석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오류 진단까지 수행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13일(현지시간) X(구 트위터)에 따르면, 미국의 한 사용자는 Anthropic의 대형 언어모델 Claude를 활용해 약 11년간 잠겨 있던 5BTC 규모의 비트코인 지갑 접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시세 기준 약 40만50만 달러(한화 약 5억7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블록체인 탐색기 기록에 따르면 해당 지갑 주소에는 2015년 4월 이후 장기간 이동이 없었으며, 최근 복구 직후 외부 지갑으로 이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

■ ‘비밀번호 분실’에서 시작된 장기 동결

당사자는 2014~2015년경 대학 재학 중 비트코인 지갑 비밀번호를 변경한 뒤 이를 잊어버렸다고 밝혔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약 250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그는 전문 복구 서비스 이용, 브루트포스(무차별 대입) 방식 시도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실패했다. 수첩에서 발견한 니모닉(mnemonic) 구문 역시 변경 이전 버전에 해당해 사용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 AI가 수행한 작업: 파일 탐색을 넘어 구조 분석까지

이번 사례에서 주목받는 지점은 AI의 수행 범위다.

사용자는 당시 대학 시절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각종 문서, 백업 파일, 지갑 관련 데이터 등을 통째로 업로드했다.

AI는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 속에서 비밀번호 변경 이전 시점의 구형 지갑 파일을 특정했다. 해당 파일은 기존 니모닉으로 접근이 가능한 버전이었다.

더 나아가 AI는 오픈소스 비트코인 복구 도구 ‘btcrecover’의 처리 로직을 분석해 비밀번호와 공유키(shared key)를 연결하는 순서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올바른 정보가 입력되더라도 복호화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수정된 로직을 적용한 뒤 개인키 추출에 성공했고, 이후 지갑 가져오기 형식(WIF)으로 변환해 접근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검색 기능이 아닌 ▲레거시 코드 이해 ▲암호화 구조 파악 ▲논리적 결함 진단 ▲프로세스 재구성의 복합 작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 ‘잠든 비트코인’ 20%… AI가 공급 구조 바꾸나

이번 사례가 금융시장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분실 코인’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전체 발행 한도 2,100만 BTC 중 약 380만~400만 BTC가 영구적으로 접근 불가능한 상태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공급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은 공급 상한이 고정된 자산이다. 분실 물량이 늘수록 실질 유통량은 감소하며 희소성은 강화된다. 실제 거래 가능 물량은 1,400만~1,600만 BTC 수준으로 추산된다.

초기 지갑 소프트웨어의 경우 시드 문구 백업 기능이 미비하거나 관리 체계가 취약해 단순 파일 손실이 곧 영구 분실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AI가 유사한 레거시 데이터를 분석해 복구 가능성을 높일 경우, 장기적으로는 실질 유통 공급량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디지털 고고학자” vs “암호 해독은 아니다”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은 이번 사례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부는 AI가 전통적인 복구 전문가들이 놓쳤던 코드 결함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기술적 진전으로 평가한다. 반면 다른 시각에서는 “비트코인 암호체계를 뚫은 것이 아니라 기존 정보와 파일을 올바르게 조합했을 뿐”이라며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이번 사례는 암호 해독이 아니라 기존 데이터 복원과 소프트웨어 오류 수정의 결과라는 점에서 보안 체계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 보안 리스크도 부각

한편 전문가들은 민감한 지갑 파일을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에 업로드하는 방식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한다.

개인키가 포함된 파일은 유출 시 즉각적인 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의 로그 정책, 데이터 보존 방식, 학습 활용 여부 등에 따라 보안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로컬 환경에서 구동되는 LLM(대형 언어모델)을 활용한 오프라인 분석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AI, 디지털 자산 관리 영역으로 확장

이번 사례는 생성형 AI가 단순 콘텐츠 생성 단계를 넘어 디지털 자산 관리 및 복구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AI 기반 지갑 진단 서비스 ▲레거시 블록체인 데이터 감사 ▲오픈소스 코드 자동 검증 ▲디지털 상속 관리 도구 등 새로운 산업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잃어버린 데이터를 찾는 도구’를 넘어, 금융 인프라의 오류를 감지하고 구조를 재해석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보안과 규제, 데이터 보호 이슈를 병행 해결하지 못할 경우 산업화에는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AI와 블록체인의 접점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