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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LLM, 물리 법칙을 눈으로 보다…버클리 연구소, ‘MatterChat’ 프레임워크 공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언어를 넘어 자연계의 물리 법칙까지 완벽하게 통역하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는 대형 언어 모델(LLM)과 기계학습 기반 원자간 포텐셜 모델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혁신적인 멀티모달 프레임워크 ‘MatterChat(매터챗)’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게재되며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말만 잘하는 LLM의 한계, ‘물리적 시각’으로 극복

그동안 생성형 AI,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은 재료과학 분야에서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어왔다. 방대한 과학 논문과 화학식을 암기해 텍스트 수준의 지식 답변을 내놓는 데는 탁월했으나, 실제 물질 내부의 3차원 공간에서 원자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원자간 포텐셜’과 같은 미세한 역학 관계는 계산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3차원 물리적 구조 정보의 누락이 가져온 한계였다.

반면, 물리학계가 사용해 온 기계학습 원자간 포텐셜(MLIP) 모델은 원자 수준의 힘과 에너지를 정밀하게 예측하지만, 자연어를 이해하지 못해 인간 과학자와의 직관적인 소통이 불가능했다.

[Tech Insight] 기존 재료과학 AI 시스템은 ‘말만 잘하고 현장 계산은 못 하는 이론가’와 ‘계산은 기가 막히게 하지만 말을 못 하는 엔지니어’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며 협업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MatterChat의 핵심: 두 세계를 잇는 ‘어텐션 브릿지’

버클리 연구소가 선보인 MatterChat은 이 두 가지 이종(異種) 모델을 영리하게 결합해 양방향 소통을 가능케 한 ‘AI 통역관’이다. 연구진은 범용 오픈소스 LLM(Mistral 7B 기반)과 그래프 신경망 기반의 범용 기계학습 원자간 포텐셜 모델인 CHGNet을 ‘어텐션(Attention) 메커니즘’으로 연결했다. 이 모듈형 아키텍처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거대한 두 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학습시키는 대신, 중간의 브릿지 모듈만을 최적화함으로써 막대한 슈퍼컴퓨팅 리소스와 학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냈다.

■ 물리 구조 처리부 (CHGNet)

백만 개 이상의 결정 구조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고해상도의 3차원 원자 구조 임베딩을 정밀하게 추출한다.

■ 어텐션 브릿지 (Bridge Module)

물리 AI가 추출한 원자 좌표 데이터를 언어 AI가 읽을 수 있는 텍스트 표상 언어로 실시간 정렬(Alignment)한다.

“배터리 레시피 짜줘” 주문에 정밀 시뮬레이션으로 답하다

성능 검증 결과는 압도적이다. MatterChat은 신소재의 형성 에너지, 결정계, 공간군(Space group) 등 12가지 이상의 핵심 물성 예측 테스트에서 GPT-4를 포함한 기존 상용 LLM들을 가볍게 따돌렸다.

단순한 정량적 수치 예측을 넘어, 인간 과학자가 자연어로 질문을 던지면 구조적 역학을 반영한 고도의 과학적 추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특정 고온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배터리 전해질 구조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면, MatterChat은 원자 구조의 안정성을 시뮬레이션한 뒤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단계별 화학 합성 절차(Recipe)를 인간의 언어로 명확히 기술해낸다.

‘AI for Science’ 실전 배치… 신소재 개발 패러다임 전환

MatterChat은 연구실 내부의 실험 모델에 그치지 않고 이미 실전 임무에 투입되었다. 버클리 연구소는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Fermilab)와의 협업을 통해, 미국 에너지부(DOE)가 주도하는 차세대 초고속·내방사선 검출기 개발 프로젝트 ‘AXESS’에 MatterChat을 전격 도입했다고 밝혔다.

과학계는 MatterChat의 등장을 진정한 의미의 ‘AI 기반 과학 발견(AI for Science)’을 앞당긴 이정표로 평가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차세대 반도체 공정 효율화, 친환경 배터리 개발, 우주 항공용 초경량·고강도 신소재 설계 등의 영역에서 개발 주기를 수년에서 수개월, 나아가 수일 단위로 단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