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자유의 충돌” — 의료진의 백신 준비 모습(공중보건)과 부모의 결정권을 요구하는 시위대(개인의 자유)를 대비시킨 이미지. RFK Jr. 보건장관 취임 이후, 과학적 정설이 정치적 신념과 격돌하며 백신 회의론이 확산된 2026년 미국의 사회적 단면을 상징합니다. [사진출처: Politico 홈페이지]
[워싱턴] 미국 내 공중보건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과학적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미국인 절반 가까이가 의구심을 표하며, 공중보건보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주류가 된 백신 회의론, “사실은 논쟁 중”
최근 정치 매체 Politico가 성인 3,8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3월 13~18일)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백신의 안전성 사실은 여전히 논쟁 중이며, 접종 강제는 해롭다”고 답했다. 반면 “백신 과학은 명확하며 의심을 갖는 것이 해롭다”고 답한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이는 백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소수의 음모론을 넘어 미국 사회의 주류 의견으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전염병 재유행 방지(47%)와 개인의 선택권 보장(39%) 사이의 격차가 한 자릿수(8%p)로 좁혀지며, 보건 당국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와 세대가 갈랐다… ‘자유’ vs ‘의무’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적 성향과 세대에 따른 극명한 시각 차이가 드러났다.
• 당파적 분열: 공화당원의 49%는 질병의 재유행을 “개인의 백신 거부 자유를 위해 감수할 만한 대가”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원의 58%는 “결코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고 맞섰다.
• 세대적 차이: 65세 이상 고령층의 2/3는 백신 접종을 공동체 보호를 위한 의무로 여겼다. 이는 소아마비 등 백신 도입 전 질병의 공포를 직접 경험한 세대의 기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젊은 층일수록 백신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케네디 장관의 ‘MAHA’ 행보와 사법부의 제동
이러한 여론 변화의 중심에는 2025년 2월 취임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Jr.)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다. 그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라는 슬로건 아래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케네디 장관은 아동 필수 백신 일정을 기존 17개에서 11개로 단축하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웹사이트에서 “백신과 자폐증은 연관이 없다”는 문구를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기존 보건 질서를 재편해왔다. 그 결과, 연방 아동 백신에 대한 신뢰도는 2025년 6월 71%에서 현재 60%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연방판사가 “과학적 근거가 미비하고 결정이 자의적”이라며 이러한 정책들에 임시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행정부와 사법부의 법적 공방은 2라운드에 접어든 상태다.
확산되는 ‘반백신 연합’… 공중보건의 위기
반백신 단체인 ‘어린이 건강 방어(Children’s Health Defense)’의 메리 홀랜드 CEO는 “백신 선택권은 더 이상 소외된 목소리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쌓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반대 여론을 결집시켰다고 분석한다.
미시간 대학교의 안나 커클랜드 교수는 “과학적 사실이 정치적 정체성의 문제로 치환되면서, 향후 홍역이나 백일해 같은 퇴치된 질병이 다시 일상화될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