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다 많은 주택 공급에도 공실률 오히려 하락…수십 년 누적 적자·고령화·가구 분화가 원인
캘리포니아 주택시장이 역설적 상황에 빠져 있다. 최근 6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인구 증가를 크게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누적된 주택 공급 적자, 가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라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PPIC)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최근 6년 동안 주 전역에 신축된 주택은 67만 7천 채에 달한 반면, 같은 기간 인구 증가는 3만 9천 명에 그쳤다. 숫자만 보면 공급 과잉이 우려될 법도 하지만, 시장 지표는 정반대의 현실을 가리키고 있다. 자가주택 공실률은 1.2%에서 0.8%로 오히려 낮아졌고, 임대 공실률 역시 4.3%로 전국 평균 5.9%를 크게 밑돌고 있다. 새 집을 지으면 지을수록 빈집이 줄어드는, 직관에 반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Realtor.co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엘 버너는 이 현상의 근본 원인을 수십 년에 걸친 공급 부족의 누적에서 찾는다. 그는 “주(州)가 사람보다 주택을 더 많이 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출발선 자체가 너무 깊은 구덩이”라며 “최근의 건설 성과만으로는 시장 균형을 회복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 주택청은 2022년 기준으로 현 수준보다 250만 채가 추가 공급되어야만 시장이 균형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여기에 가구 구조의 급변이 수요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PPIC 분석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사이, 자녀가 있는 가구는 8만 2천 개 감소한 반면 자녀 없는 1~2인 가구는 72만 2천 개나 증가했다. 버너는 “같은 지붕 아래 사는 사람 수가 줄면, 동일한 인구를 수용하는 데 더 많은 지붕이 필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과거에는 한 집에 살던 다섯 식구가 이제는 두세 개의 독립 가구로 나뉘어 사는 방식으로 생활 형태가 바뀌면서, 인구는 제자리걸음이어도 주택 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고령화 또한 주택시장의 회전을 막는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PPIC는 현재 캘리포니아 인구의 16.5%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인구가 2050년에는 24.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 가구는 대체로 소형 주택을 장기 점유하는 경향이 강해, 젊은 세대가 진입할 수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이른바 ‘잠금 효과’를 심화시키고 있다.
주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눈에 띄는 것은 ADU(Accessory Dwelling Unit·부속 주거 유닛) 보급 확대다. ADU란 기존 주택 부지에 별도로 짓는 독립형 소형 주거 공간으로, 캘리포니아는 지역 자치단체의 ADU 건설 규제를 완화하며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버너는 이 정책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반적인 건설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전체 인구의 11.5%를 차지함에도 지난해 신규 주택 허가 건수는 전국의 7.3%에 그쳤다.
젊은 층의 주거 여건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 PPIC는 최근 청년층의 신규 가구 형성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실제로 진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재 주 전역에서 계획 중인 120만여 채의 신규 주택 가운데 중저소득층을 위한 물량으로 지정된 것은 71만 2천 채에 불과하다. 주정부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중저소득층 주택 수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의 주택 위기를 단순한 공급 부족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십 년간 누적된 공급 적자, 1~2인 소형 가구의 폭발적 증가, 고령화로 인한 주택 회전율 저하가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복합적 구조 문제인 만큼, 단기적 공급 확대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훨씬 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정책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